인욕의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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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화사 작성일12-02-10 16:07 조회8,266회 댓글0건본문
인욕(忍辱)의 공덕
인욕의 의미
인욕(忍辱)이란 아무리 곤욕을 당할지라도
참고 견디어 마음을 평정시키는 노력을 말한다.
상대방으로부터 어떠한 파괴적인 언설(言說)이나 행동으로써
이 쪽을 손상시킨다 하더라도 그 욕됨에 대해
꾹 참고 견디는 수행을 닦는 것이 곧 인욕이다.
흔히 고해(苦海)로 표현되는 이 세상,
즉 사바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참고 견디는 동시에
사람 아닌 것에 대해서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사람에 대하여 참는 경우를 생인(生忍)이라 하고,
사람 아닌 것에 대하여 참는 경우를 법인(法忍)이라 한다.
법인은 비심법인(非心法忍)과 심법인(心法忍) 둘로 나눈다.
비심법인은 극심한 추위나 더위 또는 강한 비바람과 같은
자연계의 여러 현상에 대해 참는 것을 말한다.
심법인은 병에 걸린다던가 하는 개인의 신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법의 지혜로써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보살이 수행을 거듭하여
부처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인욕행의 정도에 따라 그 차이점을 나타내어
여러 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인욕의 공덕
인욕의 공덕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경론(經論)에서 되풀이하여 강조하고 있다.
먼저 월등삼매경(月燈三昧經)에 언급된
인욕의 열 가지 이익에 대하여 살펴보자.
보살마하살이 자비로운 인욕〔慈忍〕에
안주(安住)하면 열 가지 이익을 얻게 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불도 능히 태우지 못한다.
둘째는 칼도 능히 베지 못한다.
셋째는 독도 능히 해치지 못한다.
넷째는 물도 능히 떠내려가게 하지 못한다.
인욕행으로 화재(火災)·수재(水災)·도장(刀杖)·독약(毒藥) 등의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떻게 인욕행으로 이러한 자연 재해를
벗어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화재나 수재 등은
실제적인 자연 현상이기보다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번뇌와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인간계의 온갖 번뇌와 갈등은 분함을
참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적 외적인 요인들을
참고 견디면 모든 문제는 자연적으로 해결된다.
그러므로 인욕이야말로
번뇌와 갈등을 제거하는 최선의 방책인 것이다.
다섯째는 비인(非人)의 호위를 받는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사람이 아닌
천신이나 귀신의 보호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인욕행을 닦는 보살은 다른 사람이 아무리 해치려고 해도
노여워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마음속에 이미 자비심으로 가득하여
분심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욕행자를 사람들은
물론 천신과 귀신까지 그 사람을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여섯째는 신상(身相)의 장엄을 얻는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번뇌를 인욕으로써
모조리 절복해 버렸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신상은 거룩함으로 충만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온갖 덕상을 갖춘 거룩한 몸이 되는 것이다.
일곱째는 모든 악도(惡道)에 가는 것을 막는다.
마음속에 탐·진·치 삼독이 있어야 악도에 떨어지는데,
인욕행으로 이를 극복해 버렸으니
어찌 악도에 갈래야 갈 수 있겠는가.
여덟째는 그 소원을 따라 범천(梵天)에 태어난다.
인욕행은 다른 말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진정한 의미의 승리자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원한다면 범천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홉째는 밤낮으로 늘 편안하다.
분함과 갈등은 참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러나 마음속에 일어나는 분함을 극복한 자는
언제나 마음이 편안하다.
열째는 그 몸에서 기쁨이 떠나지 않는다.
인욕행자는 자비심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결코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인욕행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안온(安穩)하고,
그 몸에 기쁨과 희열로 충만 하다.
그리고 대중들과 함께할지라도
청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으며,
모든 잘못과 장애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보살의 열 가지 자비로운 인욕에서 오는 이익이다.
또한 법화경에서는 온갖 모욕과 고뇌를 참고
어떠한 원한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을 항상 안주시키면
외부로부터의 모든 장애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옷에 비유하면 인욕의(忍辱衣)라 하며,
또 어떠한 화살이나 총탄이 날아올지라도
용감하게 돌진할 수 있음을 비유하여
인욕개(忍辱鎧)라고도 한다.
이것은 마치 연꽃이 더러운 물에 있되
이에 물들지 않고 본래의 청정함을 과시하듯이,
인욕행을 통해 이 세상의 어떠한 고난이나 유혹도 물리치고
이에 꿋꿋이 자신을 지키며,
나아가 부처님의 큰 법을 순조롭게 펴나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인욕의 옷을 입고,
인욕의 갑옷을 걸치지 않으면 안 된다.
3초의 여유
“승강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자.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발신호가 떨어져 앞차가 서 있어도
경음기를 누르지 말고 3초만 기다려 주자.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리자.
그 사람 아내가 정말 아플지도 모른다.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어주자.
혹시 친구가 가다가 뒤돌아 봤을 때 웃어 줄 수 있도록….
길을 가다가 아니면 뉴스에서 불행을 당한 사람을 보면,
잠시 눈을 감고 3초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할 것이다.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내가 화낼 일이 보잘것없지는 않은가.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자.
그 아이가 자라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리할 것이다.
죄짓고 감옥 가는 사람을 볼 때 욕하기 전 3초만 생각하자.
내가 그 사람의 경우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자.
그 아이는 잘못을 뉘우치며, 내 품으로 달려올지도 모른다.
아내가 화가 나서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3초만 미소짓고 들어주자.
아내가 저녁엔 넉넉한 웃음으로 한 잔 술을 부어줄지 모른다.”
인욕은 3초의 여유를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욕의 중요성
모름지기 수행자는 칭찬과 비난 둘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칭찬과 비난에
어떠한 동요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숫타니파타』에서 부처님은 칭찬과 비난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사람은
진정한 수행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라고 설파했다.
이어서 부처님은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거나 욕을 하더라도
수영장에 서있는 기둥처럼 태연하고,
애욕을 떠나 모든 감관(感官)을 잘 제어하라고 했다.
수행자는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서도 안 되며,
지나친 비난에 의기소침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처님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모욕을 당했으나
몸소 인욕함으로써 조복시킨 경우가 있다.
한때 ‘찐짜’라는 외도의 여인이 자신의 배에 바가지를 넣고
사문 고따마의 자식을 임신했다고
많은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부처님을 비난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인욕으로써 모욕을 참았다.
이처럼 인욕행은 수행의 시작이자 마지막 관문이다.
비록 오랜 기간 수행을 통해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지라도
순간의 모욕을 참지 못하고 진심(瞋心)을 일으킴으로써
그 동안의 공부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남으로부터 존경과 칭찬을 받던 사람이 어떤 계기에
인격적인 모욕을 받으면 이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한 순간의 모욕을 참지 못하면
그 동안 쌓아온 온갖 공덕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부처님은 『숫타니파타』에서
인욕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씀했다.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
치미는 화를 삭이는 수행자는
이 세상〔此岸〕도 저 세상〔彼岸〕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이와 같이 인욕은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너가는 나룻배에 비유된다.
또한 인욕은 그 사람의 인물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욕됨을 참지 못하면 궁극의 목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인욕은 수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인욕의 공덕
『대보적경(大寶積經)』에 의하면
인욕은 보살의 십력(十力)의 근본이요,
제불신통(諸佛神通)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덟 가지의 공덕이 있다고 했다.
인욕의 여덟 가지 공덕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온갖 지혜의 힘이 되고,
둘째는 항상 자신을 수호하고,
셋째는 큰 투구〔大鎧〕의 구실을 하며,
넷째는 좋은 약〔良藥〕과 같고,
다섯째는 능히 이기는〔勝〕 힘이 되고,
여섯째는 보배를 간직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많은 것을 싣는 큰배와 같고,
여덟째는 돌로써 닦은 길과 같다.
이와 같이 『대보적경』에서는
인욕행을 닦으면 보살의 열 가지 지혜의 힘과
모든 부처님의 신통,
그리고 여덟 가지의 공덕을 성취한다고 했다.
한편 인욕을 통해 지혜를 완성하고
성불할 수 있다고 경전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부처님은 인행(忍行)을 널리 닦으셔서,
남 때문에 손발의 마디가 잘리어도
원망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으로써
최상의 지혜를 완성하셨다.”
여기서 말하는 최상의 지혜란 무상혜(無上慧)로서
완전무결한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즉 완전한 깨달음을 일컫는 것이다.
그리고 『사십이장경』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사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이 힘이 많으며, 무엇이 가장 밝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인욕이야말로 힘이 많으니,
악을 품지 않는 까닭에 몸과 마음이
아울러 편안하고 건강할 수 있으며,
참는 사람은 악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깨달음을 이루느니라.”
또한 『제법집요경(諸法集要經)』에서도
비슷한 교훈이 실려 있다.
“인욕에 안주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치장이요,
가장 뛰어난 보배니, 세속의 보배에 미칠 바가 아니다.
인욕은 뛰어난 양약(良藥)이어서 능히 노여움을 치료한다.
저 인욕의 힘 때문에 차차 노여움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인욕은 공덕의 창고이므로,
착한 사람은 이를 지킴으로써 마음을 조복하여,
번뇌에 의해 어지럽히는 바가 되지 않는다.
인욕은 천상에 태어나는 사다리여서,
윤회의 공포로부터 탈출하게 한다.
만약 이를 수행하면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인욕은 공덕의 물이어서 맑고 그득하여,
능히 아귀의 목마름을 구하고
축생의 죄악을 씻어준다.”라고 했다.
『대집경(大集經)』에서는 육바라밀과 관련하여
인욕의 이익에 대하여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경의 내용을 읽어보자.
부처님께서 대중들에게 이르셨다.
“인욕은 세상에서 으뜸가는 것이니
안락에 이르는 길이며,
인욕은 몸을 지켜주니 성자의 기뻐하는 바다.
인욕은 바른 의용(儀容; 몸의 자세가 바른 것, 즉 단정을 뜻한다)을 갖추게 하며,
인욕은 위력을 얻게 하며,
인욕은 세상을 비추며,
인욕은 기예(技藝)를 이루게 하며,
인욕은 원수·우뇌(憂惱)를 이기게 하며,
인욕은 용모를 좋게 하며,
인욕은 권속을 갖추게 하며,
인욕은 뛰어난 과보를 가져오게 하며,
인욕은 선취(善趣)에 가도록 하며,
인욕은 장수하게 하며,
인욕은 도위(道位)를 얻게 하며,
인욕은 중생을 해치지 않게 하며,
인욕은 도둑질, 도리에서 벗어난 성행위, 거짓말, 이간하는 말,
꾸미는 말, 탐욕·노여움 따위를 떠나게 하며,
인욕은 보시·지계·정진·선정·지혜를 이루게 한다.
이것이 바로 불법이다.”라고 했다.
『선가귀감(禪家龜鑑)』에 이르기를
“참는 일이 없으면
보살의 육도 만행(萬行)도 이루어 질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보살의 육도 만행이란
곧 보살이 행해야 하는 여섯 가지 바라밀을 말한다.
즉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이다.
한마디로
“참지 못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若無忍行 萬行不成).”
순간적인 욕됨을 참지 못하면서
큰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굴욕을 참고 견딘 자이다.
반면 실패자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굴욕과 모욕을 참고 견디는 것이 인욕이다.
이러한 인욕행은 보살이
자기 자신과 이웃을 위해
세세생생 실천해야 할 덕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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