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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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교대학 작성일12-05-02 11:40 조회8,373회 댓글0건본문
"삶이 아름다웠다면 죽음도 아름다워야 한다.
삶을 아름답게 살려고 애를 썼다면 죽음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이제 죽음에 관해 말하기 전에 옛 이야기 한 편부터 새겨봅시다.
중국 송나라 때 소동파(蘇東坡)에게 무정설법(無情說法)의 도리를 깨우쳐 주었던
상총(常總:1025-1091)선사가 계셨습니다.
상총스님이 동림사(東林寺)에 계실 때 할머니 한 분이 공양주를 맡아,
참으로 열심히 대중을 시봉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의 처소는 불길에 휩싸였고,
상총스님은 할머니가 죽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해주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짐승을 불에 태워 죽인 할머니의 인과를 알고 있었기에,
'자기 숙제를 해결 하는구나'하면서 불을 끄지 않고 내버려 둔 것입니다.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끌려간 할머니는 큰소리를 쳤습니다.
"나는 혼자서는 심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상총스님을 모셔 오시오.
상총스님을 부처님처럼 여기고 모셨는데, 불에 타서 죽도록 내버려 두다니!
상총스님과 함께 심판을 받을 것이오."
열심히 공양주를 하여 워낙 공덕을 많이 지었기에
할머니의 에너지는 매우 출중하였고,
염라대왕도 어찌 할 수 없어 저승사자를 보냈습니다.
상총스님을 찾아 보낸 것입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상총스님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번뇌망상을 벗어나 일념이 되어 있는 스님이었기에 볼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실로 죽음은 번뇌망상의 한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번뇌망상 속에 있는 이가 죽음을 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지,
번뇌망상이 뚝 끊어져서 생각의 세계를 벗어난 사람에게는
죽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저승사자가 상총스님을 모셔오지 못하자,
염라대왕은 하는 수 없이 할머니를 보내어 스님을 모셔와 보라고 하였습니다.
할머니의 영혼은 순식간에 동림사에 이르렀고,
상총스님은 마당을 쓸고 있었습니다.
"스님, 어디 갔다가 오셨기에 저승사자가 찾지를 못했습니까?"
"저승사자의 눈에 보이면 그게 수행자가?
평생을 절에 살았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제가 불에 타서 죽는 것을 아시고서도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까?
저는 억울해서 혼자 심판을 못 받겠습니다."
그러자 상총스님은 의아한 듯이 되물었습니다.
"너, 죽었다고 했나?"
"예, 불에 타서 죽었지 않습니까?"
"그럼 이 자리에서 따지는 놈은 누구냐?"
"예? 아~~~~!"
그 순간 할머니는 오도(悟道)하였습니다.
이야기를 통하여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죽음은 없습니다.
우린 죽을 수 없습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입니다.
그러므로 삶이 아름다웠다면 죽음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사랑해 보십시오.
죽음을 사랑하여 '죽음이여, 언제든지 오라'고 하면,
그 죽음이 삶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가 죽음을 피해 다니고 죽음을 품고 다니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고 힘든 것이지,
할머니가 깨우쳤던 불생불멸의 도리에서 보면 죽음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낮이 다하여 밤이 오면, 밤은 낮이 아닙니다.
하지만 밤이 없다면 낮도 없습니다.
더욱이 밤에 쉬지 않으면 낮에 일을 못합니다.
밤이 죽음이라면, 그것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는 휴식입니다.
죽음은 휴식입니다.
그 속에서 새 생명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삶이 아름다웠다면 죽음도 아름다워야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여서 죽음을 사랑하면 죽음은 밤과 같이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고,
편안한 휴식공간에 머루르는 것이야말로 참된 삶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참으로 죽음을 아는 사람, 죽음을 사랑하는 삶을 익혀야 합니다.
"죽음이란 휴식이요, 죽음이란 편안이며, 죽음이란 영원한 세계다."
없어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야말로 정말로 가야 할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면,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행복과 휴식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요즘 많은 이들이 웰빙(Well-Being)을 외칩니다.
하지만 죽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웰빙만 찾게 되면 삶에 대한 집착과 모순만 커질 뿐입니다.
부디 죽음의 참모습을 바르게 알아서,
멋진 웰빙과 웰다잉(Well-Dying)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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